[사케 양조] Sake 101 — 양조 과정을 알면 향과 맛이 보인다

사케 양조 과정을 알고 나면 사케 라벨에 적힌 정미율이나 등급 및 정보가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이 사케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그래서 어떤 향과 맛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가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래서 사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개별 사케의 테이스팅 노트를 일일이 보는 것보다 사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번 제대로 이해해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PART 1. 알코올 발효를 위한 모든 재료의 준비

사케 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알코올 발효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➊ Rice

양조자가 원하는 스타일과 캐릭터에 맞는 쌀 품종을 선택한다. 쌀을 수확한 후에는 양조장에서 여러 단계를 거친 후 White Rice로 준비한다.

➋ Polishing rate |정미율|

쌀에는 알코올 발효에 필요한 전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도 포함되어 있다. 단백질은 발효 과정에서 아미노산|amino acids|과 펩타이드|peptides|로 분해되고, 이로 인해 사케에는 우마미라고 하는 감칠맛과 복합성이 더해진다. 이 단백질의 대부분은 배유|endosperm|의 바깥층에 집중되어 있어, 정미율|polishing ratio|로 스타일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깨끗하고 섬세한 향을 추구하는 긴조 스타일의 사케에는 단백질과 지방 등 불필요한 성분을 최대한 줄이고자 정미율을 높인다.

➌ Steamed White Rice |찐 백미|

찐 백미는 발효에 필요한 코지, 주모|발효 스타터| 그리고 모로미|본 발효|의 가장 기본적인 원료가 된다. 쌀을 찌는 이유는, 쌀을 찌는 과정에서 백미의 전분|starch|이 젤라틴화|gelatinization|되어, 효소가 전분을 포도당|glucose|으로 분해하기 쉽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➍ Koji|코지, 입국|

사케의 코지는 다양한 효소|enzymes|를 생성해 쌀의 전분|starch|을 포도당|glucose|으로, 그리고 단백질|proteins|을 아미노산|amino acids|과 펩타이드|peptides|로 분해한다. 이렇게 생성된 포도당은 효모가 알코올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아미노산과 펩타이드는 사케의 감칠맛과 복합성 형성에 기여한다. 사케 양조자는 코지균의 성장 정도를 조절하여 발효 과정에서 효소가 전분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속도를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Non-Ginjo 스타일은 쌀 표면을 넓게 덮는 소하제 코지|So-haze Koji|를 사용해 효소의 활성을 높이고, 극도로 섬세한 긴조 스타일은 코지균이 쌀 내부로 천천히 침투하는 츠키하제 코지|Tsuki-haze Koji|를 사용한다.

➎ 물

사케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물 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은 효모가 건강하게 증식하고 발효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영양소가 된다. 효모는 칼륨, 마그네슘, 인산염과 같은 미네랄도 소량이 필요하다. 단, 양조용 물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성분은 철|Iron|이다. 철은 사람에게 필요한 미네랄이지만, 사케 양조에서는 아주 적은 양만 포함되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➏ 효모|Yeast| ・효모 균주(Yeast Strains)

효모는 과일과 곡물, 나무와 건물 표면과 공기 중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렇게 자연 환경에 존재하는 효모는 야생효모 또는 환경효모라고 한다.

사케 양조에 있어 어떤 효모는 기분 좋은 향과 맛을 만들지만, 다른 효모는 불쾌한 냄새나 거친 풍미를 남길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자와 양조업계는 향이 좋고, 안정적으로 발효하며,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효모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대부분의 양조장은 자연 효모에만 의존하기보다 사케 양조에 적합하도록 선발된 효모인, 효모 균주|Yeast Strain|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케 효모는 기본적인 발효 능력을 충족한 뒤, 향과 산도, 발효 특성에 따라 선별된다. 선택된 효모에는 이름과 번호가 부여되며, 사케 양조장은 만들고자 하는 사케 스타일에 맞춰 적합한 균주를 선택한다. 예를 들면 협회 1801호 효모|Kyokai No.1801|는 현재 최고급 긴죠와 다이긴죠 스타일을 양조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효모 가운데 하나다.

PART 2. 알코올 발효의 시작

사케 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건강한 상태로 알코올 발효를 안정적으로 끝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사케 발효가 시작되기 전 이미 효모뿐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도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하는 효모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효모에 우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 단계에서 차이를 만든다.

사케 양조에서 알코올 발효는 한 번에 시작되지 않는다. 모든 양조장은 먼저 효모를 충분히 증식시키는 Fermentation Starter를 거친 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발효를 시작하는 2단계 방식을 사용한다.

➊ 주모 |Shubo/Moto, Fermentation Starter|

소량의 쌀, 코지, 물, 효모를 혼합하여 건강한 효모 집단을 먼저 만드는 과정으로, 양조법에 따라 약 14~28일이 소요된다. 이 단계에서는 효모를 보호하기 위해 젖산|Lactic Acid|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조용 젖산을 직접 첨가하는 속양모토|Sokujo|와 젖산균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전통적인 기모토|Kimoto|와 야마하이|Yamahai|방식이 있다.

➋ 본 발효|Moromi, Main Fermentation|

사케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모로미는 하루 만에 완성되지 않는다. 양조장은 약 4일에 걸쳐 쌀, 코지, 물을 세 번 나누어 추가|산단지코미|하며 발효조를 완성하고, 이후 약 21~25일 동안 알코올 발효가 계속된다. 발효 온도는 일반적으로 8~18°C 범위에서 관리된다. 발효가 끝날 무렵에는 알코올 도수가 보통 17~20% ABV에 이르며, 일부 포도당은 남아 있다. 양조자는 발효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원하는 향과 맛, 단맛과 산도의 균형이 가장 좋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발효를 마무리한다.

PART 3. 발효 후 공정

사케의 알코올 발효가 양조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사케를 만들기 위한 양조자들의 또 다른 선택과 과정이 시작된다.

➊ 양조 알코올 첨가 | Adding Jozo Alcohol

알코올 발효가 끝난 직후, 양조자의 선택은 바로 양조 알코올|Jozo Alcohol|을 첨가할 것인가, 첨가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양조 알코올은 알코올 도수 95% ABV 이상까지 증류한 향이나 풍미가 거의 없는 증류주다.

일반 사케인 후츠슈|Futsu-shu|에서는 일정량의 쌀로 생산할 수 있는 사케의 양을 늘리기 위해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기도 하고, 프리미엄 사케에서는 소량의 양조 알코올을 사용해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섬세하고 화려한 긴조 향을 더욱 잘 끌어내고, 동시에 보다 가볍고 드라이한 스타일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양조 알코올의 사용 여부는 사케의 스타일뿐 아니라 분류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라벨에 준마이|Junmai|가 표시되어 있다면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➋ 일반 사케, 후츠슈에만 첨가할 수 있는 다른 성분들

후츠슈를 만들 때는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는 시점에 포도당, 산, 아미노산, 을 함께 첨가하여 사케의 단맛, 산미, 감칠맛을 보완할 수 있다.

Part 4. 맑은 사케 만들기|Making Clear Sake|

알코올 발효가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투명한 사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발효가 끝난 모로미는 액체 속에 쌀과 코지 입자, 효모가 뒤섞여 있는 걸쭉한 상태다. 우리가 잔에서 만나는 맑은 사케를 만들려면 먼저 액체와 고형물을 분리하고, 남아 있는 미세한 입자를 가라앉힌 뒤, 필요에 따라 색과 향미를 조정해야 한다.

➊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여과|filtration, jōsō|

여과는 일본 법률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정이다.

발효가 끝난 모로미에서 액체와 고형물을 분리하는 작업을 일본어로 조소리 또는 조소라고 하고, 영어에서는 pressing 또는 filtration이라고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빠져나온 액체가 사케가 되고, 남은 쌀 고형물은 사케카스|sake kasu, 酒粕|, 즉 술지게미가 된다.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액체는 통과시키고 쌀 고형물은 붙잡아 두는 천이나 필터를 사이에 두고 모로미를 분리한다. 다만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어느 정도의 압력을 가하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 야부타 압착: 현대 사케 양조의 표준, 기계 내부의 여러 여과실에 주입한다.
  • 후네 압착: 모로미를 담은 천 주머니를 용기 안에 쌓아 위에서 압력을 적용한다.
  • 후쿠로즈리와 시즈쿠: 모로미를 담은 천 주머니를 매달아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압력 없이 사케 방울만 모으는 방식이다.

여과가 완료된 이후 사케에 추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물뿐이다. 여과를 거친 사케는 발효 직후의 뿌옇고 탁한 모습에서 벗어나, 옅은 레몬빛이 감도는 녹색|Pale Lemon-Green Colour|의 비교적 맑은 술이 된다.

➋ 남아 있는 탁함과 불필요한 향 제거 |Sedimentation|

여과를 마친 사케도 처음에는 약간 흐릿하거나 탁함|Haziness|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탁도를 줄이기 위해 미세한 입자가 자연스럽게 가라앉도록 해 침전물을 형성한 뒤 제거하는 과정을 침전|Sedimentation|, 일본어로는 오리비키|ori-biki|라고 한다.

압착한 사케를 탱크에 넣고 며칠 동안 움직이지 않게 두면, 액체 속의 작은 입자들이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침전이 끝나면 위쪽의 맑은 사케만 다른 탱크로 옮기고 바닥에 쌓인 침전물은 남겨둔다. |와인 양조에서 찌꺼기를 가라앉힌 뒤 위의 맑은 와인을 다른 용기로 옮기는 racking과 비슷한 원리다.|

➌ 활성탄 처리|charcoal fining|

침전물을 제거하고 나면, 양조자는 사케에 남아 있는 미세한 색이나 원하지 않는 향과 질감을 추가로 제거할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활성탄 분말이다.미세한 활성탄 분말을 스테인리스 탱크 속 사케에 넣는다. 활성탄은 표면적이 매우 넓어 사케 속의 여러 성분을 흡착한다.

사케의 색을 만드는 일부 성분뿐 아니라 양조가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향과 맛, 거친 질감에 관여하는 성분도 활성탄에 달라붙는다. 처리가 끝나면 사케를 종이 필터 등에 통과시켜 활성탄 분말과 그 표면에 붙은 성분을 함께 제거한다.

그 결과 사케의 색은 옅어지고, 향미와 질감도 한층 정돈될 수 있다. 그러나 활성탄은 원하는 성분과 원하지 않는 성분을 완벽하게 구별하지 못해 색이나 불쾌한 향을 줄이는 동시에 양조가가 남기고 싶었던 향, 풍미와 질감까지 제거할 수 있다. 활성탄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사케가 깨끗해지는 대신 개성과 입체감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활성탄을 사용한 여과를 하지 않은 사케는 무로카|muroka, 無濾過|라고 부른다.

➎ 안정성을 높이는 열처리|Pasteurisation|

여과를 마친 사케 안에도 여전히 일부 코지 효소와 미생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들이 계속 활동하면 사케의 맛과 향에 원하지 않는 변화를 일으키고, 결국 품질상의 결함으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케는 살균 과정을 거친다.

사케의 열처리는 효소와 미생물의 활동을 완전히 멈출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온도로 사케를 가열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이후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사케가 변질될 가능성을 낮추고 품질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PART 5. 가열 살균, 화입

전통적인 사케의 열처리를 일본에서는 화입이라고 부른다. 파스퇴르는 열을 이용해 미생물을 제거하면 음료의 변질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했지만, 일본의 사케 양조자들이 파스퇴르보다 약 300년 앞서 술을 데우는 방법을 사용했다.

사케는 병에 담긴 뒤에도 계속 변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 보관하더라도 처음 병입했을 때와 완전히 같은 상태가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는다. 화입은 압착과 여과 이후에도 남아 있는 미생물을 제거하고 코지 효소를 비활성화하기 위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케를 약 60~65℃까지 가열한다. 전통적인 교육 자료에서는 이 온도에서 약 30분 동안 처리하는 방식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가열 시간은 사용하는 장비와 화입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벌크 화입: 말 그대로 많은 양의 사케를 병입 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저장 탱크에서 꺼낸 사케를 가열 장비에 통과시켜 약 60~65℃까지 올린 뒤, 다시 탱크에 옮겨 수개월 동안 저장한다.
  • 병 화입: 사케를 병에 담은 상태에서 가열하는 방식이다. 사케가 담긴 병을 뜨거운 물에 넣어 병과 병 안의 사케를 함께 데우는 온수조 방식과, 병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이동시키면서 뜨거운 물을 분사해 목표 온도까지 가열하는 온수 분사 방식이 있다.

일반적인 사케는 두 차례 화입하지만, 모든 사케가 반드시 두 번 화입되는 것은 아니다. 섬세한 긴죠 향과 갓 만든 사케의 신선함을 최대한 보존하고 싶은 양조자는 화입 횟수를 한 번으로 줄이기도 한다

한 번도 화입하지 않은 사케를 나마자케|namazake, 生酒|또는 나마슈|nama-shu|라고 한다.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사케다.

PART 6. 숙성과 저장

대부분의 사케 양조장에서 약 6개월~1년 동안 저장된다. 저장은 이러한 사케를 일정 기간 조용히 쉬게 하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 분리되어 있던 향과 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거칠었던 질감은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사케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기보다 양조 직후의 거친 부분을 안정시키는 휴식|Resting|에 가깝다.

사케 양조자가 일반적인 휴식 기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사케를 저장한다면 이때는 시간에 따른 색과 향, 맛의 변화를 이용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숙성|Maturation 또는 Ageing|이 된다.

일반적인 휴식 기간보다 훨씬 오래 의도적으로 숙성한 사케를 코슈|Koshu, 古酒|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오래된 술’을 뜻한다.

PART 7. 병입과 출하 전 관리

➊ 블렌딩

저장을 마친 사케는 병입 전에 블렌딩을 거칠 수 있다. 서로 다른 탱크의 사케를 블렌딩해 향과 맛의 균형을 조정할 수 있고, 브랜드의 품질을 해마다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블렌딩의 중요한 목적이다.

➋ 가수|加水, Dilution 또는 Water Adjustment|

알코올 발효가 끝난 사케는 일반적으로 약 17~20%의 비교적 높은 알코올 도수다. 사케 양조자는 병입 전에 물을 더해 알코올 도수를 대체로 15~17%까지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을 가수라고 한다.

가수는 병입 전에 이루어지는 마지막 첨가 과정이다. 목적은 단순히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술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사케 양조자가 원하는 향미의 농도와 알코올의 무게가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도록 최종 스타일을 조정하는 과정이다.

가수를 하지 않고 발효와 압착 후의 알코올 도수를 그대로 유지한 사케를 겐슈|Genshu, 原酒|라고 한다.

➌ 패키징 & 출하

사케의 품질은 열과 빛, 산소, 저장 온도, 병입 위생, 유통 환경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화입은 미생물과 효소로 인한 위험을 줄이지만 산화나 빛에 의한 변질,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숙성까지 막아주지는 않는다.

출하 후 높은 온도나 강한 빛에 오래 노출되면 향과 색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 적절한 병과 포장, 보관 및 운송 조건은 양조 과정에서 만들어진 품질을 지키는 마지막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