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ke 101 | 사케 양조 ③ 발효 후 양조자의 선택

사케의 알코올 발효가 끝났다고 해서 양조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사케를 만들기 위한 양조자들의 또 다른 선택과 과정이 시작된다.

일본 주세법상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 양조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정은 여과(Filtration) 뿐이다. 하지만 실제 사케 양조에서는 이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발효 후 공정이 존재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 온 이러한 기술들은 사케의 외관을 더욱 맑게 만든다거나, 안정성을 높인다거나 또는 더 개성 있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드는 목적으로 주로 선택된다.

알코올 발효가 막 끝난 술은 쌀에서 비롯된 많은 고형물(rice particles)을 포함한 우윳빛 탁한 모습을 띤다. 게다가 발효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동안 술을 어느 정도 보호해 주고 있던 효모의 활동이 끝나면, 사케는 미생물에 의한 변질(Spoilage)에도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점 때문에 유통에 큰 제약이 되었고, 주로 생산지 주변에서 소비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케의 탁한 외관을 맑게 다듬어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동시에 술이 쉽게 변질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술도 발전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사케는 더욱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운송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산지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까지 안전하게 유통, 소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즉, Post-Fermentation 의 발전은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사케의 모습을 완성한 과정인 동시에, 사케가 지역술을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알코올 발효가 끝난 이후 양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발효 후 공정을 하나씩 살펴본다. 그리고 쌀, 물, 효모, 코지에 이어 사케 양조에서 사용되는 다섯 번째 주요 원료격인 양조 알코올(Jozo Alcoho)이 무엇인지, 왜 일부 사케에 사용되는지도 함께 정리해보려고 한다.

Part 주제 주요 내용
Part 1 알코올 발효를 위한 준비 쌀, 찐 백미, 코지, 효모 선택과 발효 준비
Part 2 알코올 발효의 관리 발효 진행 과정과 양조자의 관리 방법
Part 3 발효 후 양조자의 선택 발효가 끝난 뒤 스타일을 결정하는 여러 선택
Part 4 맑은 사케 만들기 압착, 침전, 여과를 통한 사케의 정제
Part 5 화입 가열 살균의 목적과 화입 방식에 따른 차이
Part 6 저장과 패키징 숙성, 저장, 병입과 출하 전 관리

발효가 끝난 사케는 어떤 과정을 거칠까?

여기서는 발효가 끝난 직후부터 시간의 흐름, 즉 실제 양조 순서(Chronological Order)에 따라 각각의 발효 후 공정을 하나씩 살펴보려고 한다.

양조 알코올 첨가 | Adding Jozo Alcohol

알코올 발효가 끝난 직후, 양조자의 선택은 바로 양조 알코올(Jozo Alcohol)을 첨가할 것인가, 첨가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양조 알코올은 정확히 무엇일까?

양조 알코올(Jozo Alcohol)은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 95% ABV 이상까지 증류한 증류주(Distilled Spirit)이다. 증류를 통해 이 정도로 높은 알코올 도수에 도달하면 원료에서 비롯된 향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그래서 증류주 업계에서는 이처럼 특별한 향이나 풍미를 거의 갖지 않는 고도수 알코올을 중성 주정(Neutral Spirit)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케 양조장은 전문 공급업체로부터 양조 알코올을 구입해 사용한다.

양조 알코올의 사용 목적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역사적으로는 사케가 미생물에 의해 변질되는 것을 막고 보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냉장 설비와 현대적인 위생 관리 기술이 없었던 시대에는 완성된 술을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운송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양조 알코올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달라졌다.

일반 사케인 후츠슈(Futsu-shu, 普通酒)에서는 일정량의 쌀로 생산할 수 있는 사케의 양을 늘리기 위해 양조 알코올을 첨가할 수 있다.

반면 프리미엄 사케에서 양조 알코올을 사용하는 목적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과는 다르다. 긴조(Ginjo) 계열의 프리미엄 사케에서는 소량의 양조 알코올을 사용해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섬세하고 화려한 긴조 향(Ginjo Aromas)을 더욱 잘 끌어내고, 동시에 보다 가볍고 드라이한 스타일(Lighter, Drier Style)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양조 알코올을 첨가한 사케는 품질이 낮다’고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알코올 첨가 여부만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얼마나 사용했는가이다.

이러한 양조 알코올의 사용 여부는 사케의 스타일뿐 아니라 분류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준마이와 논준마이 사케 | Junmai vs Non-Junmai

현대의 일본 사케 라벨을 보면 양조 알코올(Jozo Alcohol)의 사용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사케인 후츠슈(Futsu-shu, 普通酒)에는 양조 알코올이 사용되며, 프리미엄 사케에서는 준마이(Junmai, 純米)라는 단어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JUNMAI

준마이 | 純米

라벨에 Junmai가 표시되어 있다면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쌀, 물, 코지, 효모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NON-JUNMAI

논준마이 | Non-Junmai

프리미엄 사케 라벨에 Junmai라는 표현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양조 알코올이 첨가된 스타일로 이해할 수 있다.

Point. 준마이와 논준마이는 품질의 우열을 의미하지 않는다. 양조 방식과 스타일의 차이다. 뛰어난 품질의 논준마이 프리미엄 사케도 얼마든지 존재하며, 결국 어느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다.

왜 사케에 양조 알코올을 첨가할까? | Reasons for Adding Jozo Alcohol

사케에 양조 알코올을 사용하는 역사는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는 목적은 달라져 왔다.

01

과거 | 보존성과 안정성

역사적으로는 발효가 끝난 사케에 증류주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ABV)를 높였다. 높아진 알코올 도수는 사케의 안정성을 높이고 변질 가능성을 낮춰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0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 생산량 확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쌀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한정된 양의 쌀로 더 많은 사케를 생산하기 위해 양조 알코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적은 쌀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던 이 방식은 오늘날에도 후츠슈(Futsu-shu) 생산에 사용된다.

이 경우 양조 알코올 첨가로 높아진 ABV는 이후 물을 추가해 희석함으로써 다시 원래 수준의 알코올 도수로 조정한다.

03

오늘날 프리미엄 사케 | 향과 스타일

프리미엄 논준마이 사케에서는 소량의 양조 알코올만 사용한다. 추가된 에탄올은 섬세한 긴조 향(Ginjo Aromas)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보다 드라이하면서 가벼운 바디(Drier, Lighter Body)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이때 발생하는 소폭의 알코올 도수 상승 역시 이후 물을 첨가해 조정한다.

양조 알코올은 언제 첨가할까? | Timing of Jozo Alcohol Addition

양조 알코올을 사용하는 경우, 첨가 시점은 정해져 있다. 알코올 발효가 끝난 뒤, 여과(Filtration)가 이루어지기 전에 첨가한다.

Alcoholic Fermentation 알코올 발효 종료
Jozo Alcohol 양조 알코올 첨가
Filtration 여과

후츠슈의 경우에는 이 단계에서 양조 알코올뿐 아니라 사케의 산미, 단맛, 감칠맛을 조정하기 위해 산(Acid), 포도당(Glucose), 아미노산(Amino Acids)을 각각 또는 조합하여 첨가할 수도 있다.

REMEMBER

여과(Filtration)가 끝난 이후 사케에 첨가할 수 있는 것은 물(Water)뿐이다. 따라서 양조 알코올이나 산, 포도당, 아미노산 등의 첨가는 모두 여과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후츠슈에 첨가할 수 있는 다른 성분 | Other additions

후츠슈(Futsu-shu, 普通酒)를 만들 때는 양조 알코올(Jozo Alcohol)을 첨가하는 시점에 포도당(Glucose), 산(Acids), 아미노산(Amino Acids)을 함께 첨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성분은 각각 사케의 단맛(Sweetness), 산미(Acidity), 감칠맛(Umami)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양조 알코올 첨가로 생산량을 늘린 후츠슈는 전체적인 맛이 다소 희석되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성분을 조정함으로써 사케의 맛과 균형을 보완할 수 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여과 | Filtration

양조 알코올과 기타 성분의 첨가 여부가 결정되었다면, 다음은 여과(Filtration) 단계다.

앞서 살펴본 발효 후 공정 가운데는 양조가가 원하는 사케의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정들이 많지만, 여과는 일본 법률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정이다.

사케를 여과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과를 거친 사케는 발효 직후의 뿌옇고 탁한 모습에서 벗어나, 옅은 레몬빛이 감도는 녹색(Pale Lemon-Green Colour)의 비교적 맑은 술이 된다.

물론 모든 사케가 맑고 투명한 것은 아니다. 일부 사케는 쌀의 고형 입자(Rice Grain Particles)가 남아 있어 뿌옇고 탁한 외관을 보이기도 하나 그렇다고 해서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본 법률상 모든 사케는 반드시 여과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즉, 완성된 사케에 쌀 입자가 남아 있는 것과 법적으로 요구되는 여과 공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의미다.

그리고 여과는 이후 양조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여과가 완료된 이후 사케에 추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물(Water)뿐이다.

남아 있는 탁함과 불필요한 향 제거 과정| Sedimentation and charcoal fining

여과를 마친 사케는 대부분 맑은 모습을 갖추게 되지만, 갓 여과된 사케에는 여전히 약간의 흐릿함이나 탁함(Haziness)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양조가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사케를 일정 시간 그대로 두어 미세한 입자가 자연스럽게 가라앉도록 한다. 이렇게 침전물을 형성한 뒤 제거하는 과정을 침전(Sedimentation)이라고 한다.

침전물을 제거하고 나면, 양조자는 사케에 남아 있는 미세한 색이나 원하지 않는 향과 질감을 추가로 제거할 수 있다. 이때 흔히 사용하는 것이 활성탄 분말(Activated Charcoal Powder)이다.

활성탄 분말을 사케에 사용하면 남아 있는 색과 불필요한 향, 질감에 영향을 주는 성분을 흡착하여 보다 깨끗한 스타일로 다듬을 수 있다. 원하는 수준으로 색과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 뒤에는 종이 필터(Paper Filter)를 이용해 사케 속의 활성탄 분말을 다시 걸러낸다.

이러한 활성탄 처리(Charcoal Fining/Filtration)는 일반적으로 침전(Sedimentation)이 끝난 뒤 비교적 빠른 시점에 이루어진다.

즉, 지금까지의 흐름을 간단히 정리하면 Filtration → Sedimentation → Charcoal Fining의 순서다. 발효를 막 끝낸 탁한 술이 여과를 통해 맑아지고, 침전을 통해 남아 있는 미세한 탁함을 제거한 뒤, 필요에 따라 활성탄을 사용해 색과 향, 질감을 한 번 더 정돈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안정성을 높이는 열처리 | Pasteurisation

여과를 마친 사케 안에는 여전히 일부 코지 효소(Koji Enzymes)와 미생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들이 계속 활동하면 사케의 맛과 향에 원하지 않는 변화를 일으키고, 결국 품질상의 결함(Fault)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케는 살균(Pasteurisation) 과정을 거친다.

사케의 Pasteurisation은 효소와 미생물의 활동을 완전히 멈출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온도로 사케를 가열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이후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사케가 변질될 가능성을 낮추고 품질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케는 이러한 살균 과정을 두 차례(Twice Pasteurised) 거친다.

다만 모든 사케가 두 번의 살균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살펴볼 나마자케(Namazake)를 비롯해 살균 여부와 횟수를 달리하는 사케도 있으며, 이러한 선택은 완성된 사케의 스타일과 보관 방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숙성부터 희석, 병입까지 | Storage, dilution and packaging

대부분의 사케는 앞서 살펴본 침전과 활성탄 처리 등의 과정을 마친 뒤, 비교적 빠른 시점에 첫 번째 살균(First Pasteurisation)을 거친다.

첫 번째 살균이 끝난 사케는 바로 병에 담겨 시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양조장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관(Storage)된다. 이 시간 동안 사케의 향과 질감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관에는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Stainless Steel Tank) 또는 내부를 에나멜로 코팅한 에나멜 라이닝 탱크(Enamel-lined Tank)가 사용된다.

보관 기간이 끝나면 대부분의 사케에는 병입 전 소량의 물을 첨가한다. 발효와 양조를 마친 이 단계의 사케는 일반적으로 17~20% ABV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는데, 물을 첨가해 최종적으로 약 15~17% ABV까지 낮춘다. 이 과정을 가수 또는 희석(Dilution)이라고 한다.

두 차례 살균하는 일반적인 사케라면, 두 번째 살균(Second Pasteurisation)은 물을 첨가해 최종 알코올 도수를 조정한 뒤, 병입하기 전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장 일반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1차 살균 → 6개월~1년 보관 → 물 첨가 및 도수 조정 → 2차 살균 → 병입

모든 과정을 마치고 판매되는 사케는 일반적으로 720ml 병에 담기며, 전통적인 크기의 1.8L 유리병도 널리 사용된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1.8L 대용량 병이 바로 잇쇼빈(一升瓶, Isshobin)이다.

Closing Reflection

발효가 끝나도, 사케는 아직 완성되지 않는다

발효를 마친 사케는 양조가의 선택에 따라 양조 알코올 첨가부터 여과, 침전, 활성탄 처리, 살균과 숙성, 가수와 병입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결국 우리가 마시는 한 병의 사케는 발효뿐 아니라 그 이후 무엇을 더하고, 제거하고, 얼마나 기다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까지 더해져 완성된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케의 스타일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 Learning sake, one step at a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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