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매너] Wine 101 — 와인을 함께 마시기 편한 사람이 되는 방법

와인 매너는 사실 복잡한 규칙을 많이 아는 것보다 좋은 와인 매너의 핵심은 함께 있는 사람과 서비스를 존중하면서, 불필요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에 있다. 반드시 내가 코르크의 냄새를 전문가처럼 맡아봐야 한다거나, 잔을 반드시 정해진 특정한 방식으로 잡아야 한다거나, 와인을 마시기 전에 반드시 복잡한 테이스팅을 해야하는 것에 있지 않다.

01.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

여럿이 함께 마시는데 내가 와인을 주문해야한다면?

와인을 주문할 때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음식과 상황에 맞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럿이 함께 마시는데 내가 와인을 주문해야한다면, 먼저 음식 주문 계획을 확인한 후 와인의 스타일을 정하는 것이 좋다.

소믈리에에게도 단순히 좋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하기보다 예산,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품종, 음식에 대한 것을 알려 주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02. 와인을 주문한 사람이 반드시 시음해야 할까?

와인을 주문했더니 소믈리에가 와인을 가지고 와서 주문자에게 먼저 와인을 따르려고 한다. 이 과정은 와인의 맛을 평가해서 마음에 드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다. 일반적인 레스토랑에서 주문자가 확인하는 것은 주로 와인이 정상적인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시음이다.

즉, 내가 좋아하는 맛이 나왔는지가 아니라 이 와인에 결함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때 확인할 대표적인 결함은 다음과 같다.

  • Cork Taint, TCA
  • 산화|Oxidation|
  • 지나치게 휘발적인 향
  • 심각한 환원취
  • 비정상적인 발효 향

와인이 생각보다 드라이하다거나 예상했던 맛이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한다거나, 이를 통해 와인을 거절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주문한 와인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와인이 결함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사람의 감각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직 맛을 보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내가 먼저 접한 정보나 판단이 기준점이 되어 이후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와인을 먼저 마시면서 누군가가 “이 와인 엄청 산미가 강하지 않아?” 라고 먼저 말하면, 실제로 아무 이야기를 듣지 않고 마셨을 때보다 산미에 더 집중해서 느끼거나 ‘산미가 강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와인 결함이 없다면, 먼저 서비스를 계속해 달라는 사인을 준 후, 와인에 대한 과장없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또는 이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하면서 소믈리에가 잔을 채우는 동안 아직 맛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표현을 하는 편이다.

또는 간혹 와인의 칠링이 아직 덜 됐다거나 더 됐다고 생각될 때는 와인에는 문제가 없지만, 온도를 위해 조금 더 기다렸다가 바로 서비스 해줄 것을 부탁 한다. 화이트 와인이 너무 차가우면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레드 와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실온에서 마시는 거도 아니다. Serving Temperature는 와인의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

와인 매너는 기술보다 태도에 가깝다. 굳이 배워야 하나 싶은 순간에도, 그 태도가 사람을 편하게 하는 기술이자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에 기여한다.

03. 코르크를 왜 보여주는가?

소믈리에가 코르크를 뽑은 뒤 테이블에 놓는다. 코르크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라벨과 와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거나, 병 보관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코르크를 집어 들고 냄새를 맡기도 한다. 코르크 냄새만으로 와인의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04. 와인잔은 어디를 잡아야 할까?

와인 잔을 들었는데 같이 온 일행이 “잔은 무조건 스템을 잡아야 해” 라고 말한다. Stemmed glass라면 일반적으로 스템을 잡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 손의 열이 와인에 전달되는 것을 줄인다.
  • Bowl에 손자국이 남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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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을 절대적인 예절로 볼 필요는 없다. 잔의 Bowl 부분을 잠깐 잡았다고 해서 와인 매너를 크게 어긴 것은 아니다. 불안한 손동작보다 자연스러운 안정감도 중요하다.

05. 와인을 따를 때는 천천히, 레이블은 상대방에게 보이도록

와인을 따를 때 레이블은 상대방을 향하도록 가능하면 의식해서 천천히 기울여 따르는 것이 좋다. 특히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따르는 리듬이 중요하다.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는 와인 매너다.

  • 병목은 잔에 닿지 않게 1–2cm 띄우기
  • 잔의 1/3만 채우기
  • 따르고 병을 살짝 돌려 마지막 방울 막기
  • 첨잔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하며 채우기

와인잔은 가득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특히 Pinot Noir나 Bordeaux Glass처럼 큰 Bowl을 가진 잔은 와인을 어느 정도 적당히 담아야 향을 모으고 Swirling할 공간이 생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확히 몇 mL라는 규칙보다 와인이 움직이고 향이 펼쳐질 공간을 남기는 것이다.

06. 건배는 소리보다 시선

얇은 크리스털 잔은 충격에 약하다. 잔을 세게 부딪히는 대신, 눈높이를 맞추고 가볍게 미소로 건배한다. 부딪히는 소리보다 “함께 건배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선명하게 전해지는 것이 와인 매너다. 과하게 치켜드는 제스처보다는, 자연스럽게 잔을 들어 올리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동작이 오래 남는다.

07. 첫 모금의 예의, 와인은 ‘느끼는’ 술

와인은 벌컥 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다! 첫 모금은 맛을 평가하는 순간도 아니다. 좋은 와인 매너는 조용히 한 모금을 머금고 향을 느끼고 맛을 음미하는 정도의 제스쳐가 좋다. 작은 반응이 자리의 온도를 부드럽게 만든다.

  • 보기 – 잔을 기울여 색과 점성을 잠깐 확인한다. 너무 오래 들여다볼 필요는 없고, 맑기·농도·잔 흐름을 보는 짧은 순간이 전체 인상을 잡아준다
  • 향 맡기 – 잔을 천천히 돌리고 코를 가까이 한다. 과일·꽃·허브 같은 향의 결을 가볍게 느껴본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첫인상이 가장 정확하다.
  • 한 모금 – 작은 양으로 입안을 적시고 천천히 삼킨다. 입안에서 잠시 머금었다가 넘기면 산도·바디·질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 한 마디 – “산뜻하다.”, “부드럽다.”와 같은 감각의 단어로 짧게 표현한다. 정리되지 않은 감각을 길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느껴진 한 가지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더 좋은 매너다.

특히 상대가 와인을 고른 자리라면 상대가 선택한 와인에 대한 짧은 감상 하나만 나누어도, 그 순간은 완성도 높은 와인 매너다. 단, 과장된 표현 없이 진심이 담긴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한 모금으로 대화를 열고, 자리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특히 와인에 대한 평가를 너무 크게 말하지 않아야 한다. 와인의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시는 자리에서 이 와인은 어떻다고 평가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취향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훨씬 세련된 와인 매너다.

08. 향을 지키는 와인 매너

좋은 와인잔은 향과 온도를 지켜주는 도구이자, 와인 매너의 중요한 부분이다. 

집에서 잔을 준비할 때는, 씻을 때 세제를 최소화하고, 미온수로 천천히 헹군 뒤 자연 건조 또는 폴리싱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세제 향이 남으면 와인의 향을 가려버릴 수 있다. 폴리싱|Polishing|을 할 때는 부드러운 극세사 천을 사용해 잔대와 볼을 따로 닦아 주며, 물자국이 남지 않도록 천천히 돌려 마무리한다. 

레스토랑에서 마시기 전에 이미 잔에 와인이 묻어 있거나 잔에 먼지나 이물질이 있다면 교체를 요청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09. 와인을 아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할 매너

와인 지식은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 상대방의 실수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아마 글의 가장 중요한 결론이 될 수 있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와인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 와인매너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다른 사람의 선택, 서비스 직원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식사자리에서는 와인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와인 매너에는 생각보다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 많지 않다. 잔을 어떻게 잡는지, 와인을 몇 도에 마시는지, 누가 먼저 잔을 받는지 같은 세부 적인것도 물론 때와 장소에 따라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와인 매너의 전부는 아니다.

좋은 와인매너는 와인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