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서 단맛은 가끔 억울한 누명을 쓴다. 드라이한 와인이 아니면 어딘가 가볍고 저렴한 와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그런 와인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명주 중에는 오히려 단맛을 가진 와인이 꽤 많다. 그중 하나가 오늘 이야기할 포르투갈의 포트와인이다.
주정강화 와인, 와인에 포도 증류주를 더하다
포트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정강화 와인은 말 그대로 와인에 포도 증류주(grape spirit)를 더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와인이다. 쉽게 말하면 “와인에 브랜디를 더했다”고 흔히 말하지만, 정확히는 포도에서 만든 증류주를 사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제 넣느냐이다. 발효가 진행되는 중간에 증류주를 넣으면 효모의 활동이 멈춘다. 그러면 포도에 있던 당분 일부가 그대로 남아 달콤한 와인이 된다. 반대로 발효가 끝난 뒤 주정강화를 하면 당분이 거의 남지 않은 드라이한 와인을 유지하며 알코올 도수만 높일 수도 있다.
포트 와인뿐 아니라 셰리(Sherry), 마데이라(Madeira), 마르살라(Marsala) 등도 주정강화 와인에 속하지만, 각각의 생산 방식과 숙성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주정강화 와인은 약 15~20% abv. 의 범위에 있으며, 포트 와인은 대체로 약 19~22% abv. 수준이다.
WINE ENTHUSIAST ·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Fortified Wines
포트의 역사
17세기 후반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영국은 프랑스산 와인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입을 제한했다. 영국 상인들은 새로운 와인 공급처로 오래전부터 영국과 관계가 깊은 포르투갈을 떠올렸고, 북부의 도우루(Douro) 지역의 농축되고 힘 있는 와인을 선택했다.
그런데 와인의 맛을 유지하기에는 거리상의 문제가 있었다. 포르투갈 와인이 영국까지 해상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은, 프랑스에서 영국 간의 거리 대비 훨씬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장거리 해상 운송에서 와인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양조법이 필요했고, 이 때 주정강화 방식으로 와인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초기의 포트는 달콤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발효가 끝난 뒤 주정강화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포트가 현재와 같은 달콤한 스타일로 보편화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발효 중 주정강화를 통해 당분을 남기는 방식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지금의 포트 스타일이 자리 잡았다.
포트라는 이름의 유래
포트는 ‘항구’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porto’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모든 주정강화 와인이 포트 와인은 아니다. 포르투갈에는 포트 외에도 마데이라, 모스카텔 드 세투발, 카르카벨로스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주정강화 와인이 있다.
포트 와인은 엄격하게 말하면 포르투갈의 북부 도우루(Douro)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산지 명칭으로 보호되는 와인이다. 포도의 재배와 와인 생산은 도우루 계곡에서 이루어지며, 전통적으로 와인은 도우루 강을 따라 내려와 포르투(Porto) 맞은편의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에 있는 셀러에서 숙성된 뒤 영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으로 포르토 항구를 통해 수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Port’라는 이름이 국제적으로 정착했다.
WSET GLOBAL · The history of port
포트 와인의 대표적인 스타일
포트는 숙성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➊ Ruby Port
루비 포트는 가장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여러 빈티지의 와인을 블렌딩하며, 산화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젊은 과실과 짙은 색, 힘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큰 나무통(vats)에서 2~3년 정도 숙성하거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등에서 비교적 짧게 숙성한 뒤 병입한다. 블랙베리, 블랙체리 같은 검은 과실과 초콜릿, 감초 계열의 향이 나타나며, 달콤하고 풍부하면서도 젊은 과실의 생동감이 있다.
➋ Tawny Port
여러 빈티지의 와인을 블렌딩하는 토니 포트는 작은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하면서 산소와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 일반적인 Tawny는 여러 빈티지의 와인을 블렌딩하며, 나무통에서 숙성하면서 산화 숙성의 특성을 발전시킨다.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 색은 점차 갈색과 황갈색으로 변하고, 신선한 과실 중심의 향은 말린 과일, 견과류, 헤이즐넛, 버터스카치, 캐러멜과 같은 복합적인 향으로 발전한다.
토니 포트 중에서 숙성을 오래하는 것들은 10 Years Old, 20 Years Old, 30 Years Old, 40 Years Old와 같이 평균적인 숙성 특성을 나타내는 연령 표시가 있다.
➌ LBV | Late Bottled Vintage
LBV(Late Bottled Vintage)는 말 그대로 ‘늦게 병입한 빈티지’다. Vintage Port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한 해의 포도만으로 만든 포트지만, 훨씬 오랜 기간 동안 나무통에서 숙성하여, 병에 들어가기 전에 어느 정도 마시기 좋은 상태까지 만들어 놓은 포트다.
일반적으로 4~6년 정도 숙성을 거치며, 익은 검은 과실, 자두, 블랙체리 같은 풍부한 과실에 초콜릿과 향신료, 약간의 숙성에서 오는 복합성이 더해진다. Vintage Port보다 과실의 힘이 조금 부드럽게 정돈되어 있고, 병을 열었을 때 바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예외적으로 Unfiltered LBV라고 표시된 제품은 병입 후에도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 안에서 추가적인 숙성이 가능하고, 오래 보관한 경우 Vintage Port처럼 침전물이 생길 수도 있고 셀러에 보관하여 숙성하는 재미도 있다.
➍ Vintage Port
포트 와인 중 가장 특별한 카테고리 중 하나가 Vintage Port다. 특별히 뛰어난 해에 협회가 해당 연도를 ‘Declaration’하면 만들 수 있으며, 최고의 포도와 포도밭을 중심으로 단일 빈티지의 와인을 만든다. 비교적 짧은 기간 나무통에서 숙성한 뒤 병입하고, 이후의 장기 숙성은 병 안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빈티지 포트는 생산자와 빈티지, 보관 상태에 따라 병에서 오랜 시간 숙성하면서 복합성이 크게 발전하며, 좋은 빈티지는 수십 년에 걸쳐 숙성할 수 있다. 과실의 힘은 점차 부드러워지고, 초콜릿과 검은 과실에서 말린 과실, 향신료, 견과류, 가죽, 삼나무와 같은 복합적인 향으로 발전한다.
➎ White Port
청포도로 만들어지는 화이트 포트는 은은한 황금빛을 띠며, 차갑게 마시거나 토닉워터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젊고 신선한 스타일에서는 시트러스와 과실의 느낌을 살리고, 오래 숙성한 스타일에서는 견과류와 산화 숙성에서 오는 복합적인 향을 보여준다.
IVDP · Introduction Port Wines
포트 와인의 품종
포트 와인의 유명 생산지는 도우로 강 양옆의 급경사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포도 품종이 섞여 식재되어 있어 밭주인도 무슨 포도인지 모른다는 말도 있었다. 즉, 하나의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이 아닌, 여러 토착 품종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와인을 만드는 블렌딩의 문화가 강한 와인이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Touriga Nacional, Tinta Barroca, Touriga Franca, Tinta Roriz 등이 있다.
포트 와인과 마데이라, 전혀 다른 이야기
포르투갈의 또 다른 주정강화 와인 마데이라(Madeira). 하지만 둘은 상당히 다르다. 마데이라는 포르투갈 본토가 아니라 아프리카 북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마데이라 섬에서 만들어진다. 대항해시대에 유럽과 신대륙을 오가는 선박들이 마데이라를 중요한 기항지로 사용하면서, 장거리 항해를 견딜 수 있는 와인의 필요성이 커졌고 마데이라는 포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다.
마데이라는 산화와 열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주정강화한 뒤 일정한 온도에서 가열하거나 따뜻한 환경에서 숙성시키면서 열과 산소에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그 결과 개봉 후에도 다른 와인보다 훨씬 오랫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높은 산미가 특징이다. 산화 숙성에서 오는 견과류, 말린 과일, 캐러멜, 토피, 시트러스 계열의 풍미가 독특한 균형을 만든다. 포트가 풍부함과 농축감의 와인이라면, 마데이라는 산도와 산화 숙성의 긴장감이 매력적인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포트 와인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
신선하고 진한 과실을 원하면 Ruby, 숙성에서 오는 견과류와 캐러멜의 풍미를 원하면 Tawny, 한 빈티지의 개성과 숙성미를 경험하고 싶다면 LBV나 Vintage를 선택하면 된다. 결국 포트 와인도 과실, 산도, 알코올, 숙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가를 보면 스타일이 보인다.
| 포트 스타일 | 핵심 특징 | 맛과 향 |
|---|---|---|
| Ruby Port | 젊은 과실 중심 짧은 나무통 숙성 |
블랙베리·블랙체리, 진하고 풍부한 과실 중심 스타일 |
| Tawny Port | 산화 숙성 중심 장기간 나무통 숙성 |
말린 과일·견과류·캐러멜, 부드럽고 복합적인 스타일 |
| LBV | 단일 빈티지 4~6년 나무통 숙성 |
풍부한 과실과 숙성미, Vintage보다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 |
| Vintage Port | 특별한 단일 빈티지 장기 병 숙성 |
농축된 과실과 깊고 복합적인 장기 숙성 스타일 |
| White Port | 화이트 포트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숙성 |
시트러스·과실 또는 견과류, 차갑게 즐기는 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