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Carpenter|크리스 카펜터|는 나파 밸리의 산악 AVA|Mountain AVA|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와인메이커다. 특히 Howell Mountain, Mount Veeder, Spring Mountain, Diamond Mountain처럼 고도와 경사, 토양, 일교차가 뚜렷한 산악 지형의 Cabernet Sauvignon 을 오랫동안 다뤄왔다.
Lokoya에서는 네 개의 산악 AVA서 생산한 Cabernet Sauvignon을 각각 독립된 와인으로 만들면서 각각의 장소에 따라 와인이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Cardinale에서는, 여러 Napa Valley 산지에서 얻은 포도를 하나의 와인으로 블렌딩해 특정 밭이나 AVA가 아니라 빈티지와 Napa Valley 전체의 복합성을 표현한다.
그리고 La Jota Vineyard에서는 Howell Mountain의 오래된 역사와 포도밭의 개성을 이어간다.
UC Davis에서 시작된 Chris Carpenter의 와인메이커
Chris Carpenter는 1998년 UC Davis에서 Viticulture & Enology를 전공한 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나파의 ‘고지대 Cabernet’에 집중해 커리어를 쌓았다. 나파 전반을 아우르는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 산악 고지대 테루아에서 나오는 구조적 긴장감을 일관되게 탐구해 왔다.
Carpenter는 Napa Valley를 여러 개의 appellation으로 나누어 각각의 고유한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해 왔다. 그에게 winemaker의 역할은 그 차이를 지워 하나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소가 가진 특징을 와인 안에 보존하는 데 가깝다.
철학은 단순하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고지대는 수확량이 적고, 농익기 어렵고, 때로는 기계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산이 주는 응집력을 포도에 담아내는 것이다.
세 가지 프로젝트, 하나의 철학
Chris Carpenter가 설명하는 자신의 철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Do it in the vineyard.
Keep it simple.
Preserve the sense of place.
좋은 포도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와이너리의 기술만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낼 수는 없으며, 포도밭에서 충분히 잘했다면 셀러에서는 가능한 한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Chris Carpenter가 말하는 Mountain Cabernet
Chris Carpenter의 양조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절제되어 있다. 강한 추출이나 과시적인 오크보다는, 자연스러운 농축도와 산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산지에서 오는 타닌의 강도를 억제하는 양조가 아니라, 정리하고 길들이는 양조에 가깝다. 그 결과 Chris Carpenter의 와인들은 젊을 때는 단단하고, 시간이 지나며 구조가 풀린다.
Lokoya의 산지별 Cabernet들은 공통적으로 다음 특징을 공유한다.
- 밀도는 높지만 무겁지 않음
- 검은 과실보다 암석·흙·긴장감이 먼저 드러남
- 장기 숙성을 전제로 한 설계
Project
LOKOYA Winery
1995년 설립 이후, Lokoya는 단일 품종 Cabernet Sauvignon으로 네 개의 고지대 산지를 각각 따로 병입해왔다. 블렌딩 없이, ‘장소가 주인공’이 되도록 모든 개입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Lokoya의 네 가지 와인은 모두 100% Cabernet Sauvignon, 자연 효모 발효, 무여과·무정제로 만들어진다. 즉, 그에게 품종은 렌즈이고, 산지는 메시지다.
각 포도밭은 고도, 일조, 경사, 토양이 극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양조하더라도 ‘땅이 말하는 방식’은 매번 달라진다. 그 차이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와인메이커 Chris Carpenter의 깊은 현장 감각이다.
Lokoya는 농익은 과일의 과시가 아니라, 타닌과 구조, 긴장감으로 말하는 산악 Cabernet다.
젊을 때는 단단하고 조용하며, 시간과 함께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100점 만점을 받아온 나파 와인의 또 다른 얼굴이 된다.
MOUNT VEEDER (마운트 비더)
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지역.
Lokoya의 Mt. Veeder 와인은 높은 산도, 세밀한 구조, 미네랄리티가 강조된다. 2005 빈티지와 2012 빈티지가 Wine Spectator에서 100pts를 기록한다.
HOWELL MOUNTAIN (하웰 마운틴)
높은 고도와 응축된 과실, 강한 타닌이 특징. Lokoya의 Howell Mountain 와인은 강건한 골격과 장기 숙성 잠재력을 보여준다.
SPRING MOUNTAIN DISTRICT (스프링 마운틴 디스트릭트)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섬세한 스타일. Lokoya의 Spring Mountain 와인은 우아한 탄닌과 향 중심의 아로마틱한 구조를 드러낸다.
DIAMOND MOUNTAIN DISTRICT (다이아몬드 마운틴 디스트릭트)
화산성 토양과 느린 성숙이 만드는 밀도 높은 와인. Lokoya의 Diamond Mountain 와인은 응축감과 어두운 과실의 깊이가 두드러진다.
CARDINALE Winery
Lokoya가 블렌딩 없이 산지를 분리했다면, Cardinale은 블렌딩을 통해 구조를 설계한다. 단일 포도밭이나 단일 AVA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Howell Mountain, Mount Veeder, Spring Mountain 등 여러 Mountain AVA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하나의 플롯을 구성한다.
Cardinale은 소량 생산(limited production)으로 운영되며, 매 빈티지 릴리스는 멤버십 기반 할당(allocation)을 통해서만 제공된다. 이는 희소성을 위한 장치라기보다, 빈티지별 구조와 완성도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식에 가깝다.
Chris Carpenter는 이를 한 편의 소설에 비유한다.
각 산지는 독립된 ‘등장인물’처럼 고유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으며, 와인을 마시는 과정에서 그 목소리들이 순차적으로 드러난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구조와 질감만으로 어느 산지의 성격인지 자연스럽게 인지되는 상태—그 지점이 Cardinale이 도달하려는 목표다.
La Jota Vineyard Co.
Howell Mountain — 역사와 산의 ‘페디그리’를 가진 프로젝트
La Jota는 Chris Carpenter의 세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역사”가 전면에 있는 곳이다. Lokoya가 산악 AVA를 분리해 들려주는 실험실이라면, La Jota는 Howell Mountain이 왜 오래전부터 ‘잘 정의된 산지(well-defined district)’로 불려왔는지를 시간의 증거로 보여주는 와이너리다. 1898년 설립 이후, 금주법(Prohibition)으로 단절되고 ‘고스트 와이너리’로 남았다가, 1970년대부터 다시 복원된 이 서사는—Howell Mountain이 단지 “높은 곳”이 아니라 한 세기 넘는 기억을 가진 산지임을 강조한다.
Howell Mountain, “안개 위의 포도밭”
Howell Mountain은 나파 밸리에서 지형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한 산지 중 하나다. 여름 아침, 나파 밸리 바닥(Valley floor)이 흰 안개로 덮일 때 이곳은 안개선(fog line) 위로 떠오른다. 낮에는 더 서늘하고, 밤에는 상대적으로 더 따뜻한(또는 더 안정적인) 흐름이 나타나며, 이 안정된 리듬은 포도의 산도를 지키면서도 **껍질이 두꺼운 베리(thicker skins)**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와인은 색·텍스처·구조가 진해진다.
토양 역시 Howell Mountain의 성격을 결정한다. 풍화된 화산성 지형 위에, rhyolitic tuff(백색 화산재 성분)와 철분이 많은 붉은 점토·화산암 토양이 공존한다. 배수가 좋고 영양이 적은(lean) 토양은 포도나무가 스스로 수분을 조절하게 만들고, 그 ‘버팀’은 작은 베리와 높은 농축도로 이어진다. 즉, Howell Mountain의 강도는 양조가 아니라 환경 자체가 먼저 만들어낸다.
La Jota의 역사, 그리고 “부활”
La Jota는 1898년 스위스 이민자 Frederick Hess가 설립했다. 그는 Howell Mountain에 포도밭을 조성하고, 화산재 암석을 채석해 석조 와이너리를 지었으며, 초기 발효 탱크조차 인근의 레드우드(coastal redwoods)에서 얻었다고 전해진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Paris Exposition)에서 “Blanco”로 브론즈 메달을 받으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는 기록은, 이 산지의 잠재력이 20세기 초부터 이미 감지되었음을 말해준다.
금주법으로 모든 것이 멈춘 뒤 Howell Mountain은 오랫동안 “고스트 와이너리”로 남았다. 1974년 Bill Smith가 부지를 인수해 다시 포도나무를 심었고, 1982년 공식적으로 본드(bonded winery)로 재가동되었다. 2005년에는 Jess Jackson과 Barbara Banke가 인수하며 현대적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 긴 공백과 복원 과정은 La Jota의 매력을 ‘레트로’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을 나파 산악 AVA의 기억을 보존하는 살아 있는 장소로 만든다.
Carpenter의 La Jota: ‘극단’이 아니라 ‘계승’
La Jota에서 Chris Carpenter는 Lokoya처럼 산의 강도를 극대화하기보다, Howell Mountain이 가진 역사적 페디그리와 블록의 미묘한 차이를 우아하게 정리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같은 산지라도 Lokoya가 “산의 독백”이라면, La Jota는 “산의 이야기”—즉 사람과 시간이 지나간 자리까지 함께 들려준다.
그가 La Jota를 설명하며 남긴 문장도 이 맥락에서 읽히면 좋다. 이곳은 늦은 180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이고, 다양한 이주민과 노동, 그리고 토착민의 역사까지 겹쳐져 “미국의 이야기”가 된다는 관점이다. La Jota의 와인이 단지 ‘고지대 파워’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Wines: Cabernet만이 아닌, Howell Mountain의 다른 얼굴
La Jota는 Howell Mountain의 Cabernet Sauvignon뿐 아니라 Merlot, Cabernet Franc, Chardonnay까지 소량으로 다룬다.
- W.S. Keyes Vineyard Merlot는 100점 평가가 언급될 정도로(특정 리뷰 기준) La Jota의 “산악 Merlot” 가능성을 상징하는 병으로 자리잡았다.
- Cabernet Franc 역시 높은 점수 평가가 함께 언급되며, Howell Mountain에서 Cabernet Sauvignon 외 품종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조를 갖출 수 있는지 보여준다.
- Chardonnay 또한 제한적으로 제공되며, 이 프로젝트가 ‘레드 전용 산악’으로만 굳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