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le Cluster Fermentation] Wine 101 — 전송발효와 와인 맛

피노 누아 애호가라면 와인에 관한 설명에서 종종 Whole Cluster fermentation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직역하면 ‘포도송이 전체를 사용한 발효’라는 뜻인데, 한국어로는 송이째 발효 또는 전송발효라는 표현으로 번역한다.

포도를 왜 굳이 알알이 떼지 않고 송이째 발효할까? 핵심이 되는 부분은 줄기|Stem|를 발효 과정에 포함시키게 되는 것에 있다.

01. Whole Cluster Fermentation이란? | 전송발효

일반적인 레드 와인의 양조에서는 수확한 포도를 제경|Destemming|해 포도알과 줄기를 분리한 뒤 발효한다. 반면 Whole Cluster Fermentation|전송발효| 에서는 포도송이를 그대로 발효조에 넣기때문에, 포도알뿐 아니라 줄기와 송이가 함께 발효 과정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Fermented with 30% Whole Cluster.”
전체 발효 중 약 30%를 송이째 발효로 진행함

“100% Whole Cluster Pinot Noir.”
전량 송이째 발효로 양조한 피노 누아

예를 들어 30% Whole Cluster Fermentation이라고 쓰여 있다면 전체 포도 중 약 30%를 제경하지 않은 전송발효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100% Whole Cluster라면 사용한 포도 전체를 송이째 발효한 것이다.

02. 와인이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중요한 변화는 향과 질감, 구조에서 나타난다.

줄기를 함께 넣는다는 것은 양조에서 꽤 큰 결정을 의미한다. 줄기에는 타닌과 다양한 페놀성 화합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효 과정에서 와인에 추가적인 구조와 질감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와인이 더 선형적이고 긴장감 있게 느껴지거나, 입안에서 타닌의 존재감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 향을 더 입체적이고 층위감 있게 만들기 위해
  • 질감을 더 건조하고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 와인에 명확한 구조적 ‘선(line)’을 부여하기 위해

향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생산 조건과 품종, 줄기의 성숙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뉘앙스가 나타날 수 있다.

  • Herbal → 허브 계열의 향, 초록 식물 느낌
  • Floral → 꽃 향, 장미·바이올렛 계열
  • Spicy → 향신료, 백후추·정향
  • Savory → 감칠맛, 육류·버섯·흙 내음

특히 Pinot Noir 설명서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이 보인다면, 전송발효 가능성을 거꾸로 먼저 떠올려 볼 수 있다.

  • Rose petal → 말린 장미꽃
  • Dried herbs → 건조 허브
  • Forest floor → 숲 바닥, 흙·낙엽 계열의 숙성 향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더 부드럽고 쉬운 와인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구조와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다만 Whole Cluster가 특정 향을 반드시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포도 품종, 빈티지, 줄기의 성숙도, 발효 온도와 기간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03. 왜 Pinot Noir에서 자주 등장할까?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라는 표현이 특히 자주 등장하는 품종이 Pinot Noir다.

피노 누아는 비교적 얇은 껍질과 섬세한 타닌 구조를 가진 품종이기 때문에, 양조자는 포도 자체의 과실감을 유지하면서도 와인에 더 많은 구조와 복합성을 부여할 방법을 고민한다.

  • 줄기에서 오는 허브 계열의 향
  • 질감에서 생기는 미묘한 긴장감
  • 산도와 구조 사이의 대비

이런 요소들이 피노 누아의 섬세한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줄기에서 오는 추가적인 페놀성 성분은 와인에 구조와 질감을 더할 수 있고, 발효 과정에서 형성되는 향의 복합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피노 누아에서는 과실 중심의 부드러운 스타일과 다른, 보다 구조적이고 향의 층이 복잡한 스타일을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04. Whole Cluster는 항상 좋은 선택일까?

그렇지는 않다.

줄기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풋내|Green Character|, 쓴맛, 거친 타닌이 두드러질 수 있다 수확 당시 포도와 줄기의 상태, 품종, 빈티지, 원하는 와인 스타일을 종합해 결정하는 문제다.

또한 100% Whole Cluster가 반드시 30%보다 좋은 것도 아니다. 일부 생산자는 빈티지와 포도 상태에 따라 전체 포도의 일정 비율만 사용한다.

05. 미국에서 더 많이 쓰이는 양조 방식일까?

실제로 미국, 현대적인 피노 누아 산지나 와인메이커에게서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단순히 사용 빈도 때문만은 아니고, 미국의 와인 설명서는 어디서 왔는지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에 분명하게 보여주는 단어 중 하나로 표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유럽, 특히 부르고뉴에서는 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전통 산지에서는 이미 스타일의 일부로 받아들여져 있어 굳이 설명서에서 강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라는 단어를 설명서에서 만나면 스타일에 대한 힌트이자, 양조자의 판단이 개입된 지점이라고 읽고 와인에 더해진 타닌과 질감, 허브·플로럴·스파이스 계열의 향, 그리고 전체적인 구조감을 함께 살펴보면 된다.

06. 부르고뉴 대표적인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생산자

Domaine Dujac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를 이야기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도멘이다. 1968년 Jacques Seysses가 설립한 도멘으로, Morey-Saint-Denis를 중심으로 여러 Côte de Nuits의 주요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Dujac의 양조에서 줄기는 오랫동안 중요한 요소였다. 현재는 Jeremy와 Alec Seysses가 양조를 담당하며, 매년 평균 약 85%의 Whole Cluster를 사용한다고 Jeremy Seysses가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를 고정된 레시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빈티지에서도 줄기의 성숙도와 보트리티스 발생 여부 등을 보고 제경 비율을 조절한다. 2019년에는 보통 10~15% 정도를 제경했다고 설명했다.

Dujac의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줄기를 많이 넣는 것 자체보다 추출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제경한 포도를 아래에 놓고 송이째 포도를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발효하며, 자연 효모를 사용한다.

Domaine de la Romanée-Conti

DRC는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부르고뉴 생산자다.

DRC는 오랫동안 높은 비율의 송이를 사용해왔다. Aubert de Villaine은 줄기를 포도송이의 ‘뼈’에 비유할 정도로 줄기가 와인의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보여왔다. 다만 DRC 역시 매 빈티지 100%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빈티지와 아펠라시옹, 포도의 성숙도에 따라 제경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에는 전체적인 양조에서 송이째 발효가 사용됐고, 2021년에는 포도의 성숙도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모든 레드 와인에 100% Whole Cluster를 적용했다.

DRC에서 중요한 것은 Whole Cluster만이 아니다. 선별한 포도를 목재 발효조에서 발효하고, 강한 추출보다 부드러운 침출(infusion)을 지향한다. 따라서 줄기를 사용하는 목적 역시 단순히 타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와인의 구조와 향, 그리고 포도밭의 개성을 유지하는 전체적인 양조 방식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Domaine Arnoux-Lachaux

Domaine Arnoux-Lachaux는 전통적인 부르고뉴의 Whole Cluster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생산자로 볼 수 있다. Vosne-Romanée에 기반을 둔 이 도멘은 1858년 설립됐으며, 현재는 Robert Arnoux의 딸 Florence Arnoux-Lachaux와 아들 Charles Lachaux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Charles Lachaux가 2011년 도멘에 합류한 이후 포도밭과 양조 모두에서 상당한 변화를 진행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 를 적용해왔으며, Lachaux는 줄기의 성숙도를 중요하게 보고, 송이째 양조를 통해 향의 복합성뿐 아니라 와인의 질감과 구조를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특히 이 방식은 Charles Lachaux가 포도밭에서 추구하는 방향과도 연결된다. 재생농업,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높은 형태의 수형과 무전정에 가까운 canopy management 등 포도 자체의 성숙과 생명력을 중시하는 접근이 양조 단계의 Whole Cluster 선택과 연결된다.

Lachaux는 자신이 선호하는 와인 스타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풋내와 거친 타닌을 피하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2014-2016년 Vosne-Romanée, Nuits-Saint-Georges, Gevrey-Chambertin 등의 와인에서 높은 비율로 사용했다.

Domaine Georges & Christophe Roumier

Roumier는 원래도 Musigny에서 전송발효|Whole Cluster Fermentation| 를 사용했지만, 2003빈티지처럼 산도가 낮고 와인이 무거워질 수 있는 빈티지 이후 사용을 늘렸다.

Christophe Roumier는 과거보다 Whole Cluster 사용 비율을 조정해왔으며, 현재 약 50%의 Whole Cluster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3년처럼 따뜻하고 산도가 낮은 빈티지를 경험한 뒤 줄기의 활용을 늘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