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ontory] Napa Valley — 할란 패밀리의 가장 독창적인 테루아 와이너리

Promontory|프로먼토리|와이너리는 나파 밸리 서쪽, 마야카마스 산맥의 Oakville 남서쪽 산악지대에 위치한 할란 패밀리의 와이너리다.

Promontory의 사전적 의미는 ‘곶’ 또는 ‘바위 절벽’을 뜻한다. 두 개의 단층선이 부지를 가로지르는 곳에 자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약 840 acres 규모의 부지 중 10% 미만을 포도밭으로 사용하고 있는 숲과 초지가 대부분이면서 급경사 지형의 독특한 위치에 있다.

01. THE PEOPLE | Bill Harlan

창업자나 와인메이커, 와인비즈니스 맨이라는 그 어떤 호칭보다 ‘비전 메이커’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빌 할란은 원래 부동산 개발자이자 자산가로, 미국인이다. UC Berkeley Business & Urban Development 전공 시절부터 나파밸리와 와인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1980년대 초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여행한 경험이 계기로 “나파 밸리에도 유럽의 First Growth에 버금가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와인업계에 들어왔다.

빌은 포커, 오토바이 레이싱, 비행기 조종,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여행 등 늘 일상에서 벗어난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했고, 이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자유롭지만 완벽하게 플랜해서 대담하게 펼치는 듯한 그의 프로젝트들을 보면 평소 어떤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을 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빌 할란은 단순히 한 시대의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것보다 다음 세대와 다다음 세대, 즉 세대 간 지속되어 시간을 이어가는 ‘200년 플랜’을 늘 계획한다고 한다. “땅, 자연, 테루아, 사람, 문화”를 함께 설계하고 보존하는 것을 추구하는 그의 프로젝트들을 보면,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들과 보여지는 결과물만 봐도 뚜렷하게 일관된 철학이 느껴진다.

  • Meadowood Napa Valley: 1979년 인수해 1980-2000년 초 완성했다. Meadowood는 나파 밸리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럭셔리 리조트로 약 250에이커에 이르는 규모다. |숙박, 스파, 다이닝, 그리고 최근에는 와인을 중심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The Wine Center도 운영하는데, 나파 밸리 여행을 느긋하게 배우면서 즐기면서 할 예정이라면 추천할 만 하다.| Bill Harlan이 가장 일찍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미쉐린 3스타 The Restaurant at Meadowood가 여기에서 나왔다. Harlan Estate의 손님, 전 세계 와인 수집가, 소믈리에, 저널리스트가 모이는 와인·문화·대화의 중심 성처럼 운영되었다.
  • Harlan Estate: 1984년 인수해 1996년 처음으로 커머셜 빈티지를 출시했다. 단 40에이커만 포도밭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자연 그대로 보존했다. 목표한 그대로 출시하자마자 미국의 First Growth가 되며 나파밸리의 좌표를 바꾸어 놓은 수준으로 와인도, 에스테이트도 모두 성공적이었다. 1등급 와인을 목표로 한 최고의 블록을 섞어 하나의 와인으로 빚어냈다.
  • BOND: 1996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할란이 공동 설립했던 Merryvale Vineyard가 있다. 빌 할란은 메리베일을 운영하면서 나파 밸리의 여러 생산자들로부터 포도를 구입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 뛰어난 포도원들을 알고 있었다. Merryvale이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이자 빌 할란은 생각했던 small-scale, site-specific wine과는 방향이 달라 1996년 결별하게 된다. 그때 빌 할란이 주목했던 두 포도원 오너와 관계를 이어가면서 BOND가 시작되었다. BOND는 각 포도원과 장기적인 계약 관계를 맺고, 사실상 포도밭 매니지먼트를 직접 통제한다. |포도원 주인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프로젝트에 한해 이런 계약을 맺는다. 이러한 계약으로 그 포도밭이 10년 20년 후에 얼마나 좋은 포도밭이 되어 있을까, 정말 좋은 투자다|
  • THE NAPA VALLEY RESERVE: 2000년에 설립된 나파 밸리 리저브는 독특한 회원제 클럽 프로젝트다. 사람들이 직접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소유하지 않아도, 마치 자신의 vineyard와 winery를 가진 것처럼 와인을 만들게 하자는 것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초기 구상은 골프 클럽과 비슷한 와인 클럽이었다. 골프클럽에서 회원들이 골프장을 소유하지 않고 이용하듯, 회원들이 포도원과 와이너리를 직접 운영하는 경험을 제공하도록 만든 곳이다. 약 80에이커의 estate로 이중 약 60에이커가 포도밭이다. 회원들이 공동의 estate에서 자신의 와인을 직접 만들 수 있으며 회원은 초대제로 운영된다. Harlan Estate의 winemaking team이 관여한다.

2020년 Bill Harlan은 40여 년간 이끌어온 가족의 와인 비즈니스를 다음 세대에 넘기기 시작했다. 아들 Will Harlan은 Managing Director로 할란 에스테이트를 비롯해 주요 와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딸 Amanda Harlan Maltas는 Family Director of Domaine HWH로서 가족 사업의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hospitality를 비롯한 대외적인 경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Wine is nature’s art. We’re just translators.” — Harlan Family

02. THE PLACE

Promontory가 세워진 땅의 매입은 2008년에 이루어진 프로젝트지만, 1980년대 이미 빌 할란이 오크빌 남서쪽 능선에서 하이킹을 하던 중 아직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협곡을 발견했다. 오래된 지층과 야생의 풍경이 살아 있는 그 땅을 “나파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붉은 음영|The Missing Shade of Red|”이라 불렀다. 약 400–500m 서쪽 능선의 급경사 협곡에 복합적인 토양이 있는 곳이다.

수십 년 후, 이 급경사 지형은 단단한 암반, 고대 퇴적층, 점토, 그리고 미세한 안개가 만드는 습기로 이루어진 완전히 독립된 생태계라고 생각한 그는 나파 밸리를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Promontory라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03. THE VINEYARDS

Promontory의 포도밭은 ‘좋은 토양 하나’로 설명되는 곳이 아니다. 고도, 경사, 방향, 안개, 숲, 단층, 그리고 화산성·퇴적성·변성암이라는 서로 다른 지질이 좁은 영역 안을 구성하고 있다.

숲과 협곡으로 둘러싸인 독립적인 지형으로, 포도밭은 주로 계곡 안쪽의 비교적 서늘한 동향 사면에 자리한다. 이곳의 토양은 하나의 토양군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경사와 방향에 따라 토양의 깊이와 구성도 크게 달라진다.

지질과 노출의 복잡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제 수확은 때로 block by block, row by row, 심지어 vine by vine 이루어진다. 평균 경사는 약 38%에 이르며, 고도는 약 150~340m까지 다양하다.

나파의 구조를 한눈에 보다

Promontory를 방문하기 위해 문을 통과하자마자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지도나 안내판이 아닌 나파 밸리 전체의 지형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모형이다. 구불구불한 능선과 계곡, 해발 고도의 차이, 단층선이 교차하는 경계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압도적인 뷰를 가진 입구에서 나파 밸리의 지형을 설명해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 와이너리 투어가 아닌 강의처럼 느껴진다. 이 모형이 Promontory가 세워진 지질의 교차점과 해발 500피트의 고도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투어의 시작으로 돌 하나, 능선 하나가 와인의 향을 바꾼다는 설명이, 어딘지 예술적으로 느껴진다. Promontory의 핵심은 해석이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블록 단위의 미세 재배와 양조로 지층의 디테일을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05. THE WINEMAKING

Promontory의 와인메이킹은 미세구획으로 분리한 micro-site에서 얻은 포도를 각각의 개성으로 관찰하며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그 차이를 유지한다.

수확 | Harvest & Lot selection

블록, 미세구획 단위 등 서로 다른 고도와 노출, 지질과 숙도에 따라 구획별, 로트별 분리한다. |예를 들어 2022년 빈티지의 경우, 최종 88개의 lot가 52개의 개별 발효로 이어졌다.|

발효 | Fermentation

산악 지형에서 온 포도이므로 과도한 추출을 피한다. 최근 빈티지의 스킨 컨택트는 약 15~20일 정도로 다른 할란이나 본드의 와인들보다 짧은 편이다. Promontory의 포도가 가진 이미 강한 타닌을 불필요하게 더 추출하지 않기 위한 접근이다.

숙성 | Élevage

Promontory의 와인메이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긴 숙성 주기에 있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수확하여 과실의 에너지와 freshness를 보존한 뒤, 긴 숙성을 통해 타닌을 천천히 다듬어나가는 방식이다.

약 3년간 cask에서 숙성하는 긴 élevage가 Promontory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 자료에서도 와인은 대형 오크에서 평균 약 2.5년 숙성된 뒤 추가적인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스타일 | The Style

그 결과 Promontory는 밀도 높은 과실을 가지고 있으면서 무겁고 농축된 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

검은 과실과 푸른 과실의 깊이 위에 미네랄, 흙, 야생 허브, 젖은 돌과 같은 뉘앙스가 겹쳐지고, 산도와 타닌이 와인의 중심을 잡는다. 공식 자료가 표현하듯 이 와인의 핵심은 freshness, energy, tannin의 균형이며, 최근 빈티지에서는 이를 보다 긴장감 있고 정교한 형태로 보여준다.

특히 타닌은 Promontory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산악 지형에서 비롯된 강한 phenolic structure를 긴 시간 동안 다듬어 힘은 유지하면서 질감은 더욱 세련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Promontory의 피니시는 단순히 길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과실과 산도, 탄닌, 그리고 지질에서 비롯된 미네랄적인 긴장감이 서로 겹쳐지면서 오랫동안 남는다. 와인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드러내기보다, 긴 숙성과 병 숙성을 거치면서 천천히 그 구조와 깊이를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07. THE PORTFOLIO

Promontory and Penultimate bottle in the tasting room
Promontory와 Penultimate, Promontory의 두 레이블.
Photo by Beyond Cellar

➊ Promontory

플래그십 와인. 성숙한 포도나무와 가장 뛰어난 구획들의 과실을 하나의 복합적인 blend로 완성한다. 말 그대로 “The Missing Shade of Red”의 완성판으로 소개한다.

첫 향에서는 검은 과실과 젖은 돌, 삼나무의 향이 피어나고, 시간이 지나며 흙, 허브, 담배잎의 미묘한 터치가 층을 이룬다. 타닌은 극도로 촘촘하지만 유려하게 짜여 있고, 잔잔히 오랫동안 이어진다.

➋ Penultimate

Penultimate는 “끝에서 두 번째”라는 이름처럼, Promontory와 같은 territory의 또 다른 구획과 lot를 통해 Promontory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땅을 표현하는 와인이다.

에너지감 있는 산도와 보다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며, 블루베리·산딸기·흑후추의 향 위로 약간의 안개·이끼·바위 내음이 피어난다.

VISITING PROMONTORY

방문은 사전 예약에 성공하면 가능하다. 그럼에도 Napa Valley를 찾는다면 한 번쯤 시간을 내어 방문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