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도네・샤도네이(Chardonnay) 스펙트럼

샤르도네|Chardonnay|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 샤르도네의 개성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표현의 폭이 매우 넓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가볍고 산도가 선명한 스타일부터 풍부하고 크리미한 장기 숙성 와인, 미네랄이 풍부하게 강조된 스타일 그리고 스파클링 중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샴페인 중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까지, 샤르도네 품종은 그야말로 다양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간혹 화이트 와인은 취향이 아니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샤르도네를 제대로 마셔 보기 전엔 화이트 와인 전부를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싫어한다고 미리부터 선을 그어버리면, 이후 샤르도네로 만들어지는 최고급 샴페인이나 모처럼 어렵게 오픈하는 특별한 좋은 화이트 와인을 만나볼 기회를 영원히 차단하는것이아닌가?!|

샤르도네 = 청포도 품종 이름

영어권에서는 보통 ‘샤르도네’에 가깝게 발음하고, 프랑스어 원음은 ‘샤도네이’에 가깝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샤르도네와 샤도네이가 함께 사용되고 있지만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는 ‘샤르도네’이기에 이 글에서는 샤르도네로 통일한다. 샤르도네 품종의 흥미로운 점은 품종 자체의 향이나 캐릭터가 강해서라기보다 오히려 비교적 중립적인 품종이 기후, 토양, 수확 시기, 발효와 숙성 방식에 따라 크게 다른 모습과 잠재성을 보여준다는 면에서일 것이다.

한때 전 국민의 와인에서 ABC 운동까지-

1980~1990년대, 샤르도네는 미국, 유럽, 아르헨티나, 칠레, 호주 등 세계 주요 와인 생산지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품종으로 인기가 정점에 이르렀고,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등지에서 생산된 유행처럼 만들어진 스타일이 있었다.

무겁고|heavy| 오크 풍미가 강하며 |heavily oaked, 청포도 자체의 신선한 캐릭터를 모두 가려버릴 정도의| 버터리한 스타일|buttery Chardonnay, 버터 맛이 나는게 아닌 질감과 향에서 버터나 크림같은 인상을 주는 스타일을 뜻함| 의 샤르도네가 시장을 크게 장악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버터리한 스타일의 샤르도네를 너무 많이 마신 후 Anything But Chardonnay!|샤르도네만 아니면돼!|‘라는 표현이 유행했다고 본다.

그만큼 샤르도네가 마치 한가지 스타일만 있는 것처럼, 특정한 스타일로 유행처럼 소비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샤르도네는 현재 저가의 데일리 와인부터 세계 최고 화이트 와인까지 생산되는 스펙트럼이 넓은 품종이기때문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벼운 한 잔도 샤르도네가 될 수 있고, 경매 시장에서 다루어지는 콜렉터를 위한 화이트도 대부분 샤르도네인 점을 알아두면 좋다.

샤르도네를 제대로 배우는 가장 쉬운 방법

샤르도네는 어떤 기후에서는 개성을 표현하고, 어떤 양조 방식에서도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 차이를 느끼기 위해서 항상 기본 비교에 충실하자. 각 와인의 산도, 향, 질감, 구조의 조합을 기억하고 비교해 보면, 산지와 양조 철학에 따라 극적으로 다른 것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 |물론,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보다 비교 시음으로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다|

➊ 서로 전혀 다른 두 샤르도네 이야기 — ‘Unoaked’ vs. ‘Oaked’

문자 그대로 오크통을 양조 과정에서 쓰는 것과 안쓰는 것의 차이로, 발효를 어디에서 하는지, 이후 숙성을 어디에서 하는 지에서 각각 오크를 쓰거나 안쓸 수 있기 때문이다.

‘Unoaked Chardonnay’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는 하고 오크통 숙성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는, 산도, 과일, 미네랄이 직선적으로 드러난다. 오크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포도의 구조와 산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려는 선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스테인리스는 와인에 별다른 향이나 풍미를 더하지 않는 ‘중립적인 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도가 가지고 있는 산도, 과일 향, 미네랄 느낌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과, 레몬, 흰 꽃, 젖은 돌 같은 직선적인 인상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샤르도네는 높은 자연 산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스타일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미국의 Sonoma Coast나 Sta. Rita Hills처럼 서늘한 해안 지역에서 Unoaked 스타일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후가 차갑다 보니 포도 자체의 산도가 잘 유지되고, 여기에 스테인리스 발효를 더하면 샤도네이의 구조를 가장 깔끔하게 보여줄 수 있다.

‘Oaked Chardonnay’

오크통|Barrel|을 사용해 발효하거나 숙성한 샤도네이입니다. 오크통은 스테인리스와 달리 와인에 미세한 변화를 준다. 통 안의 산소 교환과 나무 성분이 와인에 스며들면서, 질감은 조금 더 넓고 부드러워지고 향은 복합적으로 발전된다. 일반화 시키자면, Oaked Chardonnay란 Unoaked 대비 기본적으로 더 넓은 질감, 브리오슈·바닐라·견과류·스파이스의 복합 향이 있고, 여기에 말로락틱 발효|Malolactic Fermentation, 사과산을 젖산으로 바꾸는 선택 가능한 발효|까지 진행되는 경우, 와인의 ‘산’의 각이 둥글어지며 텍스처는 한층 크리미해진다.

종종 “오크 샤도네이 = 진하고 무거운 와인”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입체적인 개념으로, 와인메이커의 손에서 오크는 과장된 풍미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와인의 구조와 질감을 완성하는 하나의 레이어로 쓰인다 단, 가격대가 낮은 와인에서는 오크의 역할이 다소 단순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바닐라나 토스트 향이 앞에서 크게 튀어 올라 “오크가 세게 걸렸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다. 같은 “오크 샤도네이”라는 표현이라도, 어떤 가격대와 어떤 생산자인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➋ 기후와 문화가 만든 또 다른 결

미국 · 샴페인 · 부르고뉴는 샤도네이 세계의 3대 축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샤도네이는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므로,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샹파뉴를 비롯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재배되며, 같은 품종이 재배 환경과 양조 방식에 따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샤르도네는 기후와 토양뿐 아니라 오크 사용, 말로락틱 발효, 숙성 기간, 수확 시점과 생산자의 양조 철학에 따라 스타일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산지를 비교할 때는 ‘이 지역은 이런 맛’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어떤 환경과 양조 선택이 어떤 방향성을 만들어내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미국 샤르도네 — 스타일의 폭을 실감하는 무대

미국은 샤르도네의 스타일적 다양성을 살펴보기에 좋은 생산국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해안과 내륙, 고도와 일조량의 차이에 따라 포도의 숙도와 산도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 Sonoma Coast: 태평양의 영향을 받는 서늘한 지역에서는 비교적 높은 산도와 긴장감 있는 구조를 가진 샤도네이를 만들 수 있다. 생산자에 따라 오크의 사용 정도와 질감의 표현도 크게 다르다.
  • Napa Valley: 상대적으로 따뜻한 환경에서는 잘 익은 과실의 풍부함을 표현하기 쉽다. 오크 숙성과 결합할 경우 보다 풍성하고 구조적인 스타일로 발전하기도 한다.
  • Santa Barbara · Sta. Rita Hills: 태평양의 강한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충분한 산도를 유지하면서도 과실의 농도와 질감을 함께 표현할 수 있다.

샹파뉴/샴페인의 샤르도네 — 산도와 섬세함

샹파뉴에서 샤르도네는 피노 누아, 뫼니에와 함께 핵심 품종을 이루며, 특히 100% 샤르도네로만 만들어지는 샴페인을 Blanc de Blancs 이라고 한다. 샤스도네는 샹파뉴 전체 포도밭 면적의 31%를 차지하며, 특히 코트 데 블랑|Côte des Blancs|을 대표하는 핵심 품종이다. 코트 데 블랑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백악질 토양(chalk)이 지표면에 드러난 지질 환경에 특히 잘 적응한다. 여기에서 샤르도네는 샹파뉴에 탁월한 신선함과 생동감을 더한다. 이 품종으로 만든 샹파뉴는 꽃, 시트러스, 때로는 미네랄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향과 장기숙성력도 보여준다.

다른 나라의 샤도네이

이 지역들의 샤도네이는 기후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독립적인 스타일을 확고하게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 Australia · Margaret River: 따뜻함과 해풍이 만들어내는 넓은 질감과 부드러운 과일.
  • New Zealand · Marlborough: 산도와 허브·미네랄이 교차하는 선명한 인상.
  • South Africa · Hemel-en-Aarde: Old World와 New World 감각이 균형 있게 섞인 구조.
  • Chile · Casablanca Valley: 서늘한 해안 기후가 만든 선형 구조와 신선한 과실.

➌ 부르고뉴 — 한 품종만 판다

부르고뉴에 있어 샤르도네란, 단순한 ‘품종 공부’에서 시작해 끝나지 않는다. 부르고뉴 전체에서 화이트 와인을 샤르도네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압도적으로 중심적인 품종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샤르도네 산지 중 하나이며, 하나의 품종을 수백 개의 마을과 포도밭, 그리고 수많은 Climat으로 세분화해 촘촘하게 구획된 테루아 안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받으며 생산되고 있다.

부르고뉴 와인의 높은 비중이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표현의 순수성’이 각 포도밭과 빈티지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여기에서 부르고뉴의 Climat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Climat은 단순히 ‘포도밭’이라는 뜻을 넘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질, 경사, 방향, 배수, 미세기후와 인간의 경작 경험이 결합하면서 특정한 이름과 경계를 갖게 된 하나의 포도밭 단위라고 설명할 수 있다. 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르고뉴의 Climats에는 무려 1,247개의 세분화된 구획이 존재한다.

부르고뉴 전체 33개의 그랑 크뤼 중, 세계 최고 화이트로 평가받는 구획의 상당수가 샤르도네 기반이며, 수만 원대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이른다. Village, Premier Cru, Grand Cru 및 세부 Climat마다 스타일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지역의 성격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 Chablis|샤블리|
    부르고뉴의 북쪽에 위치한 샤블리는 차가운 기후와 석회질 지질 환경은 와인에 높은 산도와 긴장감, 시트러스와 사과 계열의 신선한 과실을 표현한다.
  • Côte de Beaune|코트 드 본| Meursault|뫼르소|
    풍부한 과실과 질감, 견과류와 크림을 연상시키는 복합성 등으로 유명하지만, Meursault라는 이름만으로 하나의 스타일을 규정하기는 어렵다.
  • Côte de Beaune|코트 드 본| Puligny-Montrachet|퓔리니 몽라셰|
    보다 정교하고 긴장감 있는 구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며, 섬세함과 깊이의 균형이 중요한 매력이다.
  • Côte de Beaune|코트 드 본| Chassagne-Montrachet|샤샤뉴 몽라셰|
    과실의 풍부함과 질감, 구조를 함께 보여줄 수 있으며, 생산자와 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 Mâconnais / Côte Chalonnaise|마코네/코트 샬로네즈|
    부드럽고 친근한 과일 중심. 입문자에게 좋은 선택지.

특히 화이트 와인에서 중요한 Grand Cru를 보면 샤도네이가 특정 포도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핵심 수단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Montrachet|몽라셰|
  • Bâtard-Montrachet|바타르 몽라셰|
  • Chevalier-Montrachet|슈발리에 몽라셰|
  • Bienvenues-Bâtard-Montrachet|비앙브니 바타르 몽라셰|
  • Criots-Bâtard-Montrachet|크리오 바타르 몽라셰|
  • Corton-Charlemagne|코르통 샤를마뉴|

Grand Cru의 가치는 단순히 ‘더 맛있는 와인’이라는 데 있지 않다. 같은 샤도네이라는 품종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왜 특정 밭이 오랜 시간에 걸쳐 특별한 명성과 가치를 얻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생산량의 희소성과 숙성 잠재력이 더해진다. 뛰어난 Grand Cru는 출시 직후보다 몇 년의 병 숙성을 거치면서 더 깊고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그 사이 시장에 남아 있는 병의 수는 줄어든다. 결국 시간이 와인을 숙성시키는 동시에 그 와인의 희소성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좋은 상태의 Grand Cru를 마주하는 순간에는, 처음 출시되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가격표가 붙어 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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